이터널스(Eternals), 희생하며 지킨 인류
거대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서사 속에서, 이터널스는 가장 사색적이고 논쟁적인 작품 중 하나로 자리 잡습니다.
아카데미 수상 감독 클로이 자오가 연출한 이 영화는 MCU 특유의 빠르고 유쾌한 공식을 벗어나, 철학적이고 감정적으로 깊이 있는 서사를 전달합니다. 영화의 핵심에는 시간, 기억, 사랑, 그리고 인류를 지키기 위해 감수해야 하는 깊은 희생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고대부터 시작된 이야기
수천 년의 시간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셀레스티얼 아리셈에 의해 지구에 보내진 열 명의 불멸 존재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그들의 임무는? 초기 인류를 위협하는 괴물인 데비언츠를 제거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며, 이터널스는 그들이 보호하는 인간들과 감정적인 유대를 맺게 됩니다. 그러던 중, 그들의 진짜 목적이 지구에서 또 다른 셀레스티얼을 탄생시키기 위한 준비였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이는 곧 행성의 파멸로 이어질 운명이었습니다. 이들은 의무와 자유의지, 그리고 희생이라는 본질적인 갈등에 직면하게 됩니다.
개성과 신념이 드러난 캐릭터
이 영화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다양한 캐릭터들로 구성된 앙상블 캐스팅입니다. 젬마 찬이 연기한 세르시는 인간에 대한 깊은
공감으로 이야기의 정서적 중심이 됩니다. 그녀와 대비되는 리처드 매든의 이카리스는 아리셈에 대한 충성심으로 인해 결국 고통스러운 배신을 선택합니다. 킹고는 유쾌함과 문화적 성찰을 제공하고, 파스토스는 자신이 만든 기술로 인한 참화를 후회하는 아버지의 모습으로 감정적 깊이를 더합니다. 이터널스 각각의 능력은 이들의 성격, 신념 체계, 문화적 배경의 다양성을 반영하며,
이는 자오 감독의 서사 스타일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시각적 미학과 감정의 조화
시각적으로, 이터널스는 경이롭습니다. 자연광과 광활한 풍경을 활용한 자오 특유의 촬영 방식은 영화에 신화적인 분위기를 부여합니다. 기존 마블 영화와는 달리, 이 영화의 전투 장면은 억제되고 시적이며, 스펙터클보다는 감정적인 긴장에 더 초점을 맞춥니다.
특히, 자신의 기억이 무너지고 있는 테나를 보호하기 위해 길가메시가 목숨을 바치는 장면은 진한 애정과 충성심을 담고 있어 깊은 울림을 줍니다. 관객에게 오래 남는 것은 폭발적인 클라이맥스가 아니라, 사랑과 상실, 기억이 남긴 조용한 여운입니다.
영웅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선택
이터널스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그 속도의 느림입니다. 영화는 우리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집니다. “소수를 희생해 다수를 구하는 것이 정당한가?”, “파괴로 이어지는 충성심은 도덕적인가?” 아리셈에 맞서 지구를 지키기로 한 이터널스의 결정은, 그들을 단순한 우주의 도구가 아닌 인간적인 존재로 바꿔놓습니다. 그들의 반란은 폭력이 아닌, 도덕적 신념에서 비롯된 조용한 혁명입니다.
그 중심에는 공감이 있습니다.
불완전함 속에서 완성된 메시지
영화의 결말은 승리보다는 불확실함을 남깁니다. 아리셈은 다시 등장해 지구의 반역에 대한 심판을 예고합니다. 뚜렷한 답은 없습니다. 오직 결과에 대한 긴장감만이 남습니다. 그러나 바로 이 모호함이 영화의 가장 큰 선물입니다—관객으로 하여금 깊은 사유를
하게 만드는 것이죠. 명확함으로 가득한 장르 속에서, 이터널스는 조용한 성찰을 선사합니다.
함께 나누는 이야기
물론, 이터널스는 완벽하지 않습니다. 느린 전개는 일부 관객에게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고, 거대한 서사는 때때로 이야기의
명료함을 희생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결점은 오히려 이 영화를 더 인간적으로 만듭니다. 거대한 힘을 지녔지만, 불완전한
감정과 의심 속에서 고민하는 이터널스처럼 말입니다.
이터널스는 마블 유니버스 안에서 전투와 확신이 아닌, 사유와 질문을 던지는 영화입니다. 단지 세상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세상을 지킬 가치가 있는지를 묻는 작품이죠.
여러분은 이터널스를 어떻게 보셨나요? 이터널스의 마지막 결정에 동의하셨나요? 댓글로 여러분의 생각을 나눠 주세요.
“인류를 위한 희생”이란 무엇인지 함께 이야기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