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17은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 블랙코미디와 철학적 사유가 결합된 독특한 SF 영화입니다. 경계를 넘나드는 이 영화는 정체성, 죽음, 복제 윤리에 대한 깊은 질문을 담아내면서도, 기묘하고 시각적으로도 인상적인 방식으로 풀어냅니다.
기생충 이후 봉준호 감독이 다시 할리우드에 돌아와 디스토피아적인 과학소설 장르에 도전하며 색다른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열일곱 번째 미키, 존재를 의심하다
이야기는 혹독한 환경의 얼음 행성 ‘니플헴’을 배경으로 펼쳐집니다. 미래 식민지 개척 프로젝트에 동원된 ‘미키’라는 이름의 복제
인간은, 위험한 임무를 대신 수행하도록 설계된 소모품 같은 존재입니다. 로버트 패틴슨이 연기하는 ‘미키17’은 열일곱 번째 복제체입니다.
하지만 미키17은 원래 죽었어야 할 임무에서 살아남습니다. 그리고 돌아온 그를 맞이한 것은 이미 복제된 ‘미키18’의 존재.
하나의 식민지에 똑같은 사람이 둘이라니, 시스템은 이 상황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그때부터 미키17은 정체성의 혼란 속에 빠져들고, 인간 존재의 의미를 묻는 여정이 시작됩니다.
로버트 패틴슨, 깊이 있는 복제 인간의 연기
로버트 패틴슨은 이번 영화에서 가장 복잡하고 입체적인 캐릭터를 연기합니다. 그는 유머와 공포, 혼란과 자각을 동시에 표현하며, 자신이 복제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감정과 기억, 사랑을 가진 ‘하나의 인격체’로 관객에게 다가옵니다.
그는 단순한 기계가 아닌, 자신만의 ‘존재 이유’를 찾고자 하는 인간처럼 보입니다. 복제 인간은 정말 사람일까? 관객은 그의 눈빛과 말투 속에서 그 질문의 무게를 느끼게 됩니다.
장르를 넘나드는 봉준호 감독의 연출력
설국열차가 계급, 기생충이 불평등을 다뤘다면, 미키17은 ‘정체성’을 주제로 삼습니다. SF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기술보다, 인간 내부의 심리를 조명합니다. 미래 사회의 기술은 최소화되어 있고, 배경은 차갑고 건조합니다. 그 안에서 빛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감정’과 ‘혼란’입니다.
특히 봉준호 감독 특유의 블랙유머는 곳곳에서 빛납니다. 공무적인 회의, 복제체 간의 어이없는 대화, 생명을 숫자로 다루는 설정들은 우습지만 섬뜩합니다. 이 영화는 전형적인 SF 블록버스터와는 전혀 다른 감성을 전합니다.
복제 윤리와 존재의 가치에 대한 블랙코미디
이 영화의 중심에는 ‘복제체도 인간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자리합니다. 미키는 단순히 살아남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인정받는 존재’가 되기를 원합니다. 기억과 감정을 지닌 그가 단지 부품처럼 다뤄질 수 있는가?
봉준호 감독은 이 무거운 질문을 블랙코미디라는 장르를 통해 우회적으로 던집니다. 누군가의 죽음이 마치 업무 회의처럼 논의되고, 복제 여부가 마치 행정 절차처럼 다뤄지는 모습은 현실 세계의 비인간화를 풍자합니다.
낯설지만 꼭 필요한 영화
미키17은 대중적인 영화는 아닙니다. 느린 전개, 기이한 연출, 복잡한 철학이 녹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이러니와 사유를
좋아하는 관객에게는 꼭 봐야 할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삶의 가치, 자기 자신에 대한 인식,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다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합니다.
봉준호 감독은 할리우드에 복귀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완전히 뒤집어 새로운 방식으로 보여주었습니다. 미키17은 묻습니다:
당신이라면, 미키18이 되는 삶을 선택하시겠습니까?
혹은 단 하나뿐인 자신으로서 끝까지 싸우시겠습니까?